외로움에 지지 않기: 은퇴 후 내 삶을 바꾼 작은 모임들
퇴직 첫해, 저는 하루 종일 TV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전화벨이 울리지 않는 날이 많아졌고, 사람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마음이 점점 움츠러들었습니다. 그때 아내가 건넨 한마디가 기억납니다.
당신, 이렇게 있으면 더 늙어버려.
그 말이 꽂혀서 저는 작은 모임 하나에 발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이 제 노후를 바꿔놓았습니다.
첫 번째 모임은 동네 도서 읽기 모임이었습니다. 매주 수요일, 작은 도서관 한 구석에서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눴습니다. 처음엔 낯가림이 심해 목소리도 작았지만, 두 달쯤 지나자 제 이야기를 꺼내는 게 즐거워졌습니다. 누군가 제 얘기에 고개를 끄덕여주는 그 순간, ‘아,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두 번째는 텃밭 가꾸기 모임입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 마을회관 앞 작은 밭에 모여 씨앗을 심고 물을 줍니다. 잡초 뽑으며 나누는 대화 속에는 유머와 삶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고추와 상추를 따서 나누는 그 소소한 기쁨이, 제 일상에 색을 입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삶에 큰 변화를 준 건 노래교실입니다. 노래를 부르다 보면 어느새 웃음이 터지고, 목소리가 커집니다. 거기서 저는 평생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서로의 생일을 챙기고, 가끔은 여행도 함께 갑니다. 전에는 혼자 식사하던 시간이 많았는데, 이젠 약속이 있어 집 밖으로 나가는 날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사람과의 연결은 나이를 불문하고 삶을 건강하게 만듭니다. 저는 이 세 가지 모임을 통해 외로움이라는 그림자를 많이 지워냈습니다. 이제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TV 보는 시간이 아니라, 사람들과 웃고 이야기하는 시간입니다.
혹시 퇴직 후 집 안에서만 지내고 있다면, 동네 게시판을 한 번 살펴보세요. 작은 모임이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인연과 활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외로움에 지지 않기 위해, 문 밖으로 발을 내딛는 첫걸음을 꼭 권하고 싶습니다.